교토 내부에서 저렴하게 관광지를 돌아보려면 버스 타는 게 제일 좋다. 지하철 역은 생각보다 관광지에 연결되어 있는 곳이 적다. 돈생각 안하고 돌아보려면 관광택시를 하루 단위로 계약해서 돌아다니는 그런것도 있더라만 역시 ㄷㅈㄹ이다; 엄청 비싸다;;;
버스가 좋지만, 역시 편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시간을 잘못 맞추면 10~15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교토 시내도 의외로 차가 많이 막혀서, 버스가 꼭 제시간에 온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리는 듯.
그래서 하루에 여러군데를 돌아보려면 관광지는 설렁설렁 돌아볼 수밖에 없다. 나는 몸상태도 있고 해서 제한을 뒀는데, 제한 안 둬도 사진 찍고 내부 꼼꼼하게 한바퀴 돌고 나니 하루에 3군데가 고작이었다.
교토 황궁 견학이 좀 시간이 걸린 편이긴 했는데, 그걸 일찍 끝냈다고 쳐도 4군데 정도 가능하려나?
그러니 교토의 세계유산을 전부 돌아보고 싶다! 라고 하면 대충 보고 끝내던지, 아니면 진짜 가보고 싶은 곳 몇군데만 딱 골라서 가야 한다. 버스에 사람이 적냐 하면 그것도 아니더라고... 평일이라도 많이 붐빈다.
버스편도 거의 도쿄 전철/지하철 노선도 수준으로 복잡함... 올해 2월인가 교토역에 문을 연 종합관광안내소에 가면 한국어로 된 이런저런 자료를 구할 수 있지만 막상 아무것도 안 하고 그거만 보고 돌려면 힘드니까 미리미리 어디어디 볼거다! 라고 딱 정해놓고 시간과 조건에 따라 유도리있게 스케줄을 조금씩 바꾸는 편이 낫다. 이왕이면 가까이 있는 관광지들을 딱 묶어서 같이 보고 오는 게 시간절약에는 더 좋을 듯. 예를 들어 긴카쿠지(금각사)와 료안지는 버스 한두코스 정도의 거리니까 같이 보고 오기가 쉽다.
종합관광안내소에서 정류장과 버스 번호가 적힌 버스 안내 지도를 주니까, 그걸 참조하면 좋을 듯.
그리고 버스를 타고 움직이려면 처음부터 딱 버스 카드를 사는 게 낫다. 버스 카드도 종합관광안내소에서 판다. 500엔. 잔돈을 안 내주므로 처음부터 정확히 버스비를 준비해야 하는데, 미묘하게 금액이 220엔이라 10엔짜리 준비하는 게 은근 귀찮다. 교토 거리에는 편의점도 도쿄만큼 많지 않다. 버스 카드는 날짜가 찍히지 않은 걸 팔고 있으므로, 여행 일수만큼 사서 갖고 있으면 편할 듯 하다. 교토 버스는 뒤에서 타고 앞으로 내리며, 내릴때 버스 카드를 제일 처음 한번만 기계에 통과시키면 된다. 기계에 처음 통과시킬 때 그날의 날짜가 찍히므로, 그 다음부터는 내릴때 버스 운전사에게 카드에 찍힌 날짜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대부분의 교토시내 관광지에는 다 갈 수 있지만, 외곽 쪽은 버스카드로 못 가는 데도 있는 듯.
호텔은 가급적이면 역에서 가까운 곳이 좋다. 아니면 교토의 번화가인 카와라마치 주변에 있는 호텔이 낫다. 왜냐하면 교토역이나 카와라마치에서 대부분의 관광지로 통하는 버스들이 출발하고 도착하기 때문이다. 그 외의 미묘한 장소에 있는 호텔의 경우, 늦게까지 셔틀버스를 운용하고 있는 호텔이 괜찮다. 일단 교토역까지 가면 공짜로 호텔까지 돌아갈 수 있고, 교토역내에는 식당가나 상점가가 많아서 식사나 쇼핑을 해결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셔틀버스들은 시간대에 따라 좀 틀리지만 15분에 한 대 정도? 웨스틴 호텔의 경우, 오후 6시까지밖에 셔틀버스가 없고 덤으로 30분에 한 대 배차라 그냥 포기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멀거나, 셔틀버스가 없는 호텔은 관광을 마치고 돌아갈때나 첫날 도착했을 때, 돌아갈 때 좀 피곤해진다. 버스나 지하철로 움직일 경우, 버스는 항상 붐비는 편이고 지하철의 경우 러시아워에는 일반 승객들 때문에 붐비기도 붐빌 뿐더러, 짐들고 타고 내리고 하려면 솔직히 힘들다.
마지막으로 관광지 주변의 상점가들은 딱 관광지가 닫는 시간에 맞춰서 다 닫아버리므로, 시간 계산을 잘못하면 엄청 썰렁한 상점가에서 셔터내린 문만 쳐다보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쇼핑을 하고 싶으면 미리미리 사두던지, 30분 전에 나와서 사도록 하자.
마모짱은 신칸센 여행이 너무너무 편했던지, 7시간이나 들여서 차로 칸사이에 가는 건 바보같다며 다음에도 신칸센 타고 가고 싶다고 한다;;; 3인 가족이면 돈 더 많이 들텐데? ;;;
교토 두번째날. 본격관광의 날(...)이었던지라,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준비할 생각이었는데(...) 피곤해서 침대에서 뒹굴뒹굴거리다가 느긋이 일어나버렸다.
뭐 악착같이 찾아보려고 간 여행은 아니니까 그냥 그러려니 했다 ㅎㅎㅎ
묵었던 교토토큐호텔의 내부 정원. 바깥에는 정원이 없고, 건물 안쪽 지하에 이렇게 물이 흐르는 정원이 꾸며져있다.
호텔로비.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로 지하로 내려오게 되어있다. 저멀리 아침필수일과를 실행중인 마모짱의 모습이 ㅋㅋㅋ
아침식사. 오늘은 일식/양식 부페를 선택해서 먹었다.
크림파스타가 묘하게 한국에서 먹던 맛이랑 닮아서, 한그릇 더 퍼다 먹었다.
아침에 입맛이 잘 안 도는 마모짱은 내가 먹는 양을 보고 기절할 거 같은 얼굴로 쳐다보더라(...)
왜! 사람은 아침밥을 잘 먹어야 한다고!!! -_-+
그건 그렇고, 아침식사가 비교적 괜찮다는 평을 보고 선택했는데, 생각보단 영 아니었다(ㅠ_ㅠ) 종류도 그냥저냥하고, 야채랑 과일 종류가 너무 적고. 빵도 구워먹는 걸 전제로 했는지 부드럽지 않고 살짝 굳어있더라. 난 그냥 버터 발라먹으려고 들고온건데 ㅠ_ㅠ 덤으로 밥 퍼가는 사람들을 스탭들이 계속 쳐다보고 있어서 미묘하게 먹기 힘들다;
치바 마쿠하리의 맨하탄 호텔보다 가짓수는 좀 많지만 맛은 그쪽이 더 나았던 듯; 하긴 시설도 그쪽이 더 낫긴 했던가(...)
역시 아침밥 때문에 웨스틴계열 호텔을 고르는 게 나을 뻔 했나(...) 랄까 일본 내의 일본계 호텔은 거진 이런 수준이란 말인가(...)
아니 잠깐; 일본 결혼식 때문에 묵었던 삿포로 몬트레이 호텔은 이거보다는 맛이 더 나았는데(...)
... 어쨌든 밥타령은 고만하고 -_-;
호텔 셔틀버스로 교토역까지 가서, 교토역내의 교토종합관광안내소에서 시내버스 1일권을 샀다. 거의 대부분의 유명 관광지가 버스로 연결되어 있어서, 시간은 좀 걸려도 버스로 움직이는 게 편하다. 골든위크 등의 관광 시즌에는 유명 관광지를 경유하는 일부 버스는 증편도 된다고 한다. 가격은 500엔인데, 교토 버스비는 한번에 220엔이라 한 3번만 타면 본전은 충분히 뽑는다. 이날은 한 5번 정도 탔으니 충분히 본전 뽑은 셈.
오늘은 여기부터 가기로 했다.
금각사 갔다. 은근히 교토역에서 버스로 시간 많이 걸리더라 ㅠ_ㅠ
관광엽서 사진.
금각사 하면 딱 떠오르는 대표적인 구도의 사진(...) 이 사진을 찍을 때, 내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버글거렸다; 다들 이 근처에 서서 이 풍경을 찍더라고 -_-;
이날은 아침부터 무지 더웠다. 절 안을 한바퀴 돌고 나오다가, 드디어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녹차 아이스크림 모델 ㅎㅎ
햇살이 너무 따가워서, 마모짱은 선글라스를 내내 끼고 다녔다. 아이누 혈통이 좀 섞여서 서양인들처럼 눈동자색이 연한 편이라 심하게 맑은 날은 선글라스 안끼면 눈이 상한다(...) 선글라스는 비싼 건데 산지 너무 오래되어서 색이 너무 검다; 담에 엷은 색으로 하나 맞춰줘야겠다 -_-
녹차빙수도 사봤다. 맛있다!
녹차아이스크림은 도쿄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진하다. 녹차빙수는 달달하니 맛있더라. 한국에서 먹는 녹차빙수 얼음은 싱거운데, 여기는 아낌없이 말차를 섞는지 얼음 자체도 맛이 참 진했다. 그 위에 우유 얼린 것과 연유를 끼얹어서 달콤하니 좋았다. 떡은 안 좋아해서 난 안 먹었다(...)
다음 코스는 미리 예약해둔 교토 황궁 내부 견학. 교토 교엔 내부에 있는 황궁은 예약하지 않으면 내부 견학을 할 수가 없다. 음양사의 무대를 내 눈으로 보고 싶다! 라는 묘한 사명감(...)에 예약했는데 들어갈때까지 시간이 좀 있어서, 교토 교엔 주변에서 맛집을 검색해 먹으러 갔다. 역시 아이폰의 힘을 빌려(...) 평이 좋은 저렴한 밥집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먹은 장어덮밥 세트. 푸짐하다 +_+
마모짱이 먹은 햄버그 세트. 이쪽도 푸짐 +_+
낮에는 밥집, 밤에는 술집이 되는 작고 허름한 가게인데, 가격대 성능비가 매우 괜찮았다. 저런 런치 세트로 750엔 정도(?), 맛도 괜찮았다. 보통은 일반 가게 같으면 우동대신 미소시루가 딸려나오는데, 여기는 닥치고 우동 받으삼(...)
하여튼 맛있고 든든하게 잘 먹었다.
먹고나서 집합시간에 맞춰 교토 교엔 내부의 황궁 입구로 갔다.
황궁 내부 견학은 가이드를 따라 건물들을 돌아보는 게 다지만, 설명 다 해주고 해서 그럭저럭 괜찮다. 공짜 가이드 딸린 견학이라고 ㅋㅋㅋ 황궁 내부 정원도 참 예쁘고.
예약도 돈 안 드니까 시간 여유가 있으면 꼭 한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기 안쪽에 보이는 게 시신덴. 천황이 정무를 맡아보는 곳이라는데, 들어갈 수는 없다.
생각보다 견학자가 많다.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게 어려우니까, 자유롭게 사진찍는 시간을 따로 조금씩 준다.
전통적인 황궁 지붕 견본 앞에서 설명해주는 가이드 아저씨. 조근조근 설명 잘 하더라.
천황이 일상생활을 보냈던 세이료덴(청량전). 음양사 만화 읽으면 심심할때마다 한번씩 나오는 곳 ㅋㅋㅋ
아; 지금의 교토 황궁은 쇼와 천황 시대에 새로 지은 거라고 한다. 헤이안 시대의 황궁은 위치도 여기가 아니고, 한번 불타서 새로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뒤에도 몇번씩 소실되어서, 그때마다 새로 짓곤 했다고.
그러므로 음양사 만화의 배경이 된 황궁은 지금은 없음 ㅎㅎ
황궁내부 정원.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았다. 황족들이 배타고 여름 뱃놀이도 하던 곳이라고 한다.
다른 곳의 황궁 내부정원. 여기도 역시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았다.
황궁은 특히 정원이나 내부 장식이 다음날 가본 니죠죠(이조성)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교토 귀족풍의 분위기와 에도 무가의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
견학 자체는 1시간 반 정도인데, 많이 지치는 바람에 좀 쉬다가 서둘러 다음 목적지로 왔다.
은각사 가는 도중의 철학의 길.
참 예쁘고 정감가는 분위기의 길이었다.
내가 어딘가 맘에 드는 곳을 골라서 살게 된다면, 철학의 길 주변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주택가도 조용하고, 집들도 널찍하면서 한적한 분위기였다.
철학의 길 주변의 주택가.
주변에 이렇게 이쁜 레스토랑도 있었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피자/파스타 레스토랑이라 그냥 안 갔다. 지금 생각하면 한번 가봤어도 괜찮았을까나? 하고 생각중이다 ㅎㅎ
은각사에 들어갈때쯤 비가 떨어지기 시작해서, 서둘러 살펴보고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좀 아깝다. 교토에서 가본 절 중에는 시설도 깨끗하고 정원도 아기자기해서 제일 맘에 들었었는데. 입장료가 비싸서 그런가 화장실도 무려 비데 딸린 양변기! ㅠ_ㅠ 딴얘기지만, 배 불러서 좌식변기 쓰는게 얼마나 힘든지 실감하게 된 교토여행이기도 했다 -_-;;;
은각사 건물에는 은색이 안 칠해져있더라 ㅎㅎㅎ
은색 칠했으면 좀 더 예뻤을까? 싶기도 한데 ^^;
특이한 모래 정원.
절 자체 규모는 참 작았지만,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맛이 있어서 좋았다.
여기도 6시가 가까워오니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하더라. 도중에 하도 춥고 지치고 힘들어서, 차라도 마실까 하고 문이 열린 가게들을 기웃기웃하다가 이런 곳을 발견했다.
오래됐지만 깜찍하고 예쁜 가게.
소박하지만 아기자기한 정원.
몸집이 자그마한 아주머님이 기모노 차림에 하얀 에이프런을 두르고 계셨다. 위층은 살림집인 듯. 아주머님이 취미삼아 하는 카페같았다.
녹차치즈케익과...
따끈한 핫밀크를 마셨다.
자세히 보면 가게 로고가 컵과 접시에 그려져있다 ㅎㅎ 가게 안에도 여러가지 토끼 마스코트가 잔뜩 있었다.
저녁은 교토역 근처 지하상가 식당가의 오코노미야키집에서 먹었다. 이자카야를 겸하고 있는지, 안주거리 비슷한 것도 많이 팔더라고. 오랜만에 오코노미야키를 먹어서 무척 맛있었다. 이 집 요리 자체도 맛이 괜찮았고.
두껍게 썬 소혀 구이. 역시 소혀는 두껍게 썰어야 씹는 맛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돼지고기, 파 오코노미야키, 타코야끼가 같이 나오는 모듬세트. 다양하게 먹고 싶어서 시켰다.
추가로 시킨 야끼소바 오믈렛.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아서 정말 맛있었다. 마모짱은 숨도 안쉬고 먹더라 ㅎㅎ
이렇게 배부르게 먹고,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교토역에서 밥을 먹은 건, 교통비 절약과 편리성을 추구한 이유도 있었다. 일반 버스정류장은 내려서 또 호텔까지 걸어야 되니깐 좀 불편해서...
돌아와서 방 사진을 찍었다. 아침에 정리를 부탁해놓고 가서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근데 슬리퍼는 갈아주는 게 아니고 바닥에 붙이는 일회용 시트만 추가로 갖다놨더라고...;;;
스탠다드 트윈인데 방 자체는 깔끔하다.
저 커튼은 굉장히 두꺼워서, 쳐놓고 자면 아침에 햇살이 절대 안 들어온다. 사실 이날 아침에도 저 커튼 덕분에 햇빛이 안 들어와 시간이 안 느껴진 탓에 계속 뒹굴거린 것도 있었다;;; 방은 그냥 편안할 정도의 넓이에 시설. 그래도 살짝 비지니스 호텔스런 분위기.
욕실/화장실. 보기 드물게 욕실과 양변기가 같은 공간에 있다. 이런거 보면 좀 비지니스 호텔 삘이 나는 거 같다 -_-
욕조에 따뜻한 물 잔뜩 채우고 들어갔다가 물이 넘치는데 물이 하수구로 빠지지 않고 그대로 바깥 복도 바닥까지 확하고 넘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빠져서 호텔 데스크에 연락은 안했지만, 그래도 미리 좀 경고라도 해줄 것이지;;;
아, 욕실에서 살짝 하수구 냄새가 나는 것 같긴 하다. 청결도나 비품은 일반 비즈니스 호텔 수준;
타이틀은, JR의 교토여행 선전 슬로건이다. 봄의 사쿠라, 가을의 단풍 시즌만 되면 TV에서 질릴 정도로 때려주는 JR의 교토여행 광고에는 절대 안 빠지고 나오는 문구인데, 이번 여행에서 둘이서 입에 계속 붙이고 다니면서 깔깔대고 웃었기 때문에 제목으로 써봤다. 원래 분위기는 참 차분한데, 우리 개그 부부는 뭐만 있으면 포즈취하고 둘이서 "そうだ、京都行こう"라고 말하고는 깔깔거리느라 정신없었지 -_-;
참고로 실제 광고는 이런 식;
이번에는 내 컨디션상 신칸센을 이용했다. 비쌌지만 편했음.
나리타 가는 스카이라이너랑 별 차이가 없었다. 빠르긴 무지 빨랐지만;
에끼벤 데뷰~ 역에서 파는 도시락을 처음 사서 먹어봤다. 요건 내꺼.
마모짱 도시락.
내 도시락은 반 나눠먹기 위해서 일부러 큰 걸 산거다 -_-; 절대 내가 많이 먹으려고 산 게 아니다; 반찬은 정확히 반 나눠서 먹었음. 마모짱 도시락에서 얻어먹은 건 연어구이. 진짜 촉촉하고 부드럽게 잘 구워져서 생선비린내도 하나 안나더라. 간도 안 짜고 딱 맞았음.
도시락 산 곳은 도쿄역 지하의 구루메 스트리트 그란스타. JR 직영 역 도시락 매장에서 살까, 차내에서 살까, 그란스타에서 살까 고민 많이 했는데 사람이 붐벼도 역시 그란스타가 낫더라. JR 직영매장이랑 비슷한 가격인데 내용물 차이도 많이 나고 매장별로 독특한 도시락들이 많아서 뭘 살까 고르느라 30분 넘게 돌아다녔다. 전부 다 맛있어 보여서 혼났다;;; 실제로 우리가 산 도시락도 참 맛있었고.
기차에서 도시락 까먹고 놀다가 2시간 30분만에 교토 도착. 이 길을 차로 달리면 시속 120km 정도에 하나도 안 막힌다고 쳐도 한 6시간 반~7시간은 걸린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임신 말기 임산부가 선택할만한 루트는 아닌 거 같다;;;
교토역
플랫폼에서 내려가면 개찰구 나가기 전에 이런 가게들이 즐비하다.
마이코 아가씨 인형. 결국 우리가 본 마이코 아가씨는 이게 전부였다 ㅠ_ㅠ
기온에 가서 죽치고 있지 않는 이상은 참 만나기 어려운 거 같긴 하다 마이코상;
호텔에 가서 체크인하고, 한군데라도 갔다오려고 버스를 탔다.
버스안 풍경은 별 차이 없는데, 도쿄와는 달리 버스에서 스이카나 파스모같은 카드는 못 쓴다;
아직 퇴근시간이 아니라 그렇게 죽을정도로 붐비진 않더라. 골든위크 첫날인 4/29일이었던터라, 아직 관광객도 그렇게 많진 않았다. 천만다행. 4/29가 휴일, 4/30이 평일, 5/1부터 주욱 휴일이라, 본격적으로 관광객들이 붐비기 시작한 건 5/1 정도부터였다. 가격도 5/1부터 2박3일 가는 것보다 4/29부터 2박3일 가는게 더 저렴했고...
어쨌든 목적지는 여기.
유명한 기요미즈데라(청수사). 교토 유적지 중 제일 늦은 오후 6시 정도까지 여는 곳이라 부랴부랴 서둘러 갔다.
좁다란 골목길을 걸어올라가면 절이 나온다.
아직 5시 전이라 많이 밝았다. 날도 맑은 편이었고.
사진에 드문드문 기모노 입은 사람들이 보이는데, 기모노나 유카타를 하루 빌려서 입고 저렇게 관광하러 돌아다닌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많이 입어서 참 예뻐보였다. 걸으려면 좀 불편하긴 하겠지만(...)
관광엽서 사진
기요미즈데라하면 딱 떠오르는 유명한 구도. 홋카이도 하보로의 시외가댁에 가니 시외할아버님과 할머님이 딱 요 위치에서 저 건물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도 있다(...)
저 무대가 과감히 결단을 내리는 내용을 표현하는 "기요미즈데라의 무대에서 뛰어내릴 각오로"라는 관용구의 무대인데, 높긴 높더라 -_-;
날이 흐려지고 노을이 물들기 시작해서, 노을 모드로 다시 찍어봤음.
무대를 지나 아래로 내려오는 길. 이렇게 나무가 많고 시원하다.
이때쯤 시간이 6시에 가까워져서 많이 어둑어둑해지고, 덤으로 날도 흐려졌기에 서둘러 내려왔다. 비도 한두방울 떨어지더라. 우산을 안 갖고 있어서 맘이 조급해졌다.
절아래 모습을 노을 모드로 찍어봤음.
6시 좀 넘은 시각이었는데, 절아래 가게가 전부 싹 문닫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다행히 교토 특산물 과자 야쯔하시는 청소중인 가게에 밀고들어가 호텔에서 우리 먹을거 정도는 샀지만; 그날은 6시 반까지 절이 열려있어서, 가게도 그에 맞춰 6시 반까지는 열겠지 했는데 얄짤없이 6시 넘으니 다들 문 꽁꽁 닫아버리더라;;;
춥기도 춥고 피곤하기도 피곤하고... 가게들이 문 안 닫았으면 따끈한 녹차라도 마시면서 느긋이 어디서 저녁먹을지 물색하려고 했는데;;; 그래서 어떡할까 하다가 버스 타고 교토의 번화가인 카와라마치쪽으로 갔다.
마모짱이 출발 전에 회사에서 연락용으로 지원받아 산 아이폰이 톡톡히 역할을 해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GPS로 이것만 딱 파악되어도 정말 움직이기 쉽더라.
카와라마치에서 아이폰을 이용해 이리저리 맛집검색을 하다가 마모짱이 소바나 우동이 먹고 싶다고 해서 쇼핑몰의 레스토랑 플로어에 있는 우동집에 갔다. (나름 전통있는 우동집의 분점;;;) 밤이 되니 바람도 세게 불고 기온도 팍 내려가서 춥고 피곤했는데 따끈한 우동을 먹으니 살 것 같았다.
마모짱이 시킨 자루우동
내가 시킨 우동+튀김덮밥 세트. 국물이 따뜻해서 정말 좋더라.
밥 먹고 원래는 버스를 이용해 돌아오던지 하려고 했는데 너무 춥고 피곤해서 택시로 호텔까지 돌아왔다. 피곤한데 바깥에서 걷고 어쩌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던 듯.
상하이에서 묵었던 웨스틴 호텔에 너무 감동을 받아서 교토의 웨스틴 프랜차이즈인 웨스틴 미야코 호텔로 할까 했는데, 교통이 너무 불편해서 내 몸상태를 생각해 접었다. 주변이 조용하고 한적하며, 방도 비교적 넓은 편인데다가 지하철역 바로 앞이긴 한데 교토는 대부분의 관광지를 버스타고 돌아야 하니 그다지 메리트가 없다. 버스를 타려면 좀 걸어야 하며, 그나마 관광지를 도는 버스도 아니다; 덤으로 주변에 편의점조차 없단다; 그래서... 그냥 곱게 맘 접었다. 웨스틴이니 조식은 좀 욕심나긴 하는데... -_-;
그 외에도 프린스 호텔 계열인 그랜드 프린스 호텔도 꽤 맘에 들었는데 여기는 멀다(...) 역에서 차로 한 30분은 넘게 가야 된다; 다음에 하나짱 태어나서 데리고 다시 오게 되면, 그때는 꼭 차로 와서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 묵고 싶다. 스탠다드 더블인데 36㎡... 다른데는 20, 22 정도? 넓어도 26㎡인데 여기는 역시 산속이라 그런지(...) 넓다!
어쨌든; 조식이 맛있고 깨끗하고 분위기가 있는 곳을 고르고 싶었기 때문에, 역 바로 앞의 호텔들은 제외; 역 근처 호텔들은 거의 비즈니스 호텔 분위기라 일본적인 느낌이 덜 난다. 비싼 곳은 역 앞이라도 괜찮았지만, 아무래도 예산 문제도 있고 -_-; 토큐 호텔은 조식평가도 괜찮고 호텔 안쪽 정원도 분위기가 괜찮아서 골랐다. 1시간에 4번 정도 교토역까지 다니는 셔틀버스도 있고. 방도 비교적 넓고 깨끗한 편. 조식을 일식/일식양식 부페 중에서 고를 수 있어 선택폭도 넓고.
그나저나 교토 여행가는 건 좋은데, 교토는 갈 곳이 너무 많다; 내 체력 문제도 있고; 원래 오사카도 하루 저녁쯤 시간내어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오려고 했는데 도저히 오사카까지 갔다가 돌아올 엄두가 안 나서 패스해야겠다;;; 시간도 없고... 오사카에 있는 아가씨한테 이번에는 못볼거 같다고 미안하다고 연락해야겠다;;;
교토에 세계유산만 해도 20개 가까이 있는데 이거 다 돌기는 시간관계상 절대 무리고... 음양사의 무대가 보고 싶어서 교토 어전(헤이안시대 천황이 거처하던 곳) 견학 스케줄을 예약해놓는 바람에 시간이 더 빠듯해졌다. (교토 어전은 예약 안하면 못 본다;;;) 우리 차로 움직이는 거였다면 시간제한 신경 안쓸텐데, 교토관광의 기본은 복잡한 노선의 시내버스다;;; 버스 시간 맞춰 갈아타고 어쩌고 하는 것만 해도 골이 깨질 지경이다; 아직도 어느 순서로 움직일지 생각도 못하고 있는 중;
일단 무조건 가볼 곳은 기요미즈데라(청수사)/킨카쿠지(금각사)/긴카쿠지(은각사)/뵤도인(평등원)/교토어전/혼노지(본노사) 호텔은 니시혼간지(서본원사)바로 위이긴 한데... 딱히 거기에 볼일은 없어서; 시간나면 이케다야나 그 외 신선조 유적지에도 한번 가보고 싶긴 하다; 그런데 그거 가보느니 차라리 세계유산 절 하나 더 돌아보는 게 더 나으려나 음음;;;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살았다는 니죠죠(이조성)도 정원이 이쁘다는데...
사실 <바람의 검심>에 에니시 일파의 본거지로 나왔던 커다란 도리이가 줄지어있는 곳... 그게 교토에 있는 후시미 이나리 신사인데... 거기도 가보려다가 시간이 안될 거 같아서 접었다. 아깝다;
교토에 가니까 교토 맛집도 가보고 싶고 특산품도 먹어보고 싶고... 맛있는 말차 아이스크림 먹을 생각에 벌써 침이 막 고인다; 마모짱은 말차를 싫어하지만, 교토는 전통과자가 맛있으니 팥앙금 떡종류에 엄청 기대중이고... 덤으로 교토특산품 생과자인 야츠하시도 노리는 중. 쿄라면이나 쿄요리도 먹고 싶은데... 비쌀거 같긴 하다; 전통 소바집도 괜찮겠고...
하여튼 하나짱 낳기 전의 마지막 숙박여행이 될 거 같으니까... 가능한 한 재미있게 놀고 오고 싶다. 그런데 벌써부터 신칸센 타고 맥주 마시며 사냥(몬헌...)갈 생각부터 하고 있으니... 이러면 안 되나? ㅋㅋㅋ (맥주는 내가 안 마신다; 마모짱이 마실거다;;;)
10월 초순에 결혼식을 마치고, 주변 정리도 좀 되고 안정감이 들기 시작한 게 11월 초순경.
인생에 한번 올리기도 벅찬 결혼식을 한국/일본에서 두번씩이나 올리느라 금전적/시간적 문제로 신혼여행은 생략하기로 했는데 유난히 긴 작년말-올해의 연말연시휴일 일정을 보며 (나는 총 9일, 신랑은 중간에 하루가 비는 바람에 2일-6일) 신혼여행겸 연말에 해외여행 가고 싶다... 라고 신랑하고 둘이서 머리 맞대고 여행사이트 검색을 시작했다.
신랑의 "서울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 (한국사람이 있으니 걱정없어 *^_^*)"라는 강력한 열망에 힘입어 우선 한국 투어를 검색했는데, 대부분 일정도 생각보다 짧고(3일), 비행기 시간도 별로고, 무엇보다 일본에 불어닥친 한국쇼핑여행 붐 덕분에 사정없이 매진매진매진;
하긴 우리도 엔고를 틈타 쇼핑질 좀 할 생각이었으니 할말없음;
그래서 두번째로 골라본 게 북경. 세계유산 5개를 돌아보는 패키지 투어가 있었는데, 그럭저럭 마음에 들긴 했지만 이번에는 날짜가 안맞아 포기; 12월 말 이전까지만 예약가능한 거였다.
세번째 후보지가 상하이. 왜 홍콩이나 마카오, 태국이나 하와이를 안 골랐냐... 라고 한다면 성수기에 이 지역들은 미친듯이 값이 뛴다. 특히 연말연시에는 좀 따뜻한 편인 저 지역들은 정말 장난 아니게 비싸진다. 비수기에는 일인당 5~6만엔인데 성수기에는 20만엔까지 가는 놀라운 저력! -_-;;;
그래서 저 지역들은 일 좀 쉴때 가볼까 하고 생각중이고.
결국 상하이로 최종낙찰하고, 투어를 고르던 중 4일 일정에 체류 2일중 하루는 가이드 투어, 하루는 자유여행인 패키지를 골랐다. 완전 자유여행으로 하기엔 둘 다 아는게 하나도 없고(중국어, 영어 다 꽝이다;;;) 유명하고 큰 건 가이드 투어에서 다 볼테고 하루 정도만 하면 그냥 몇가지 보고싶은 건 대충 보겠구나 싶어서 골랐다.
그리고 제일 큰 이유는, 그 패키지의 호텔이 무려 별 다섯개짜리!!! ^^ 상하이의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인 웨스틴 번드 센터 상하이 호텔이다.
사진은 윙버스에서 빌렸음
건물 두 개가 로비로 연결되어 있는 식인데, 저 왕관모양의 탑이 있는 쪽은 거의 다가 비지니스 빌딩이고 실제 호텔 룸은 거의 반대쪽에 있는 거 같다... 라고 하지만 우리 방은 왕관모양 탑 건물이었던 듯. 밤이 되면 조명 덕분에 저 왕관모양 탑이 무척 아름답게 빛난다.
호텔이 위치한 와이탄(外滩, The Bund)은, 20세기 초의 국제도시 상하이의 번화가로서 상하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황푸강 바로 옆이다. 황푸강의 좌우, 와이탄과 푸둥지구는 야경으로 유명한데, 분위기는 거의 정 반대다. 와이탄은 20세기 초 서양 열강들이 지었던 유럽식 건물 양식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와이탄에서 바로 보이는 황푸강 건너편 푸둥지구는 21세기 상하이의 새로운 중심가로 강 건너 푸서지구에 뒤이어 이름을 말하기조차 힘든 수많은 마천루가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곳이다.
덕분에 푸둥지구의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강변 쪽 방은 숙박요금이 매우 비싸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가 묵은 방도 강변이 아니라 상하이의 북쪽을 보고 있는 쪽이었다.
최종적으로 여행 결정을 한 것이 11월 말. 그 후 패키지 예약, 여행 준비, 신년연하장 준비/발송 등등으로 12월은 쏜살같이 흘러가고...
출발일인 12월 31일을 맞이했다. 나리타 공항 저녁 7시 출발 비행기였던지라, 일찍 수속을 하고 면세점도 돌아볼 요량으로 오후 1시 반쯤에 느긋하게 출발했다. 도중에 신랑은 새해맞이로 먹을 소바를 사겠다고 수퍼에 들러 컵라면 소바를 2개 샀다. 누가 일본사람 아니랄까봐;;;
언제나처럼 닛뽀리에서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나리타 제 2터미널로 출발. 붐빌까봐 미리 예약을 했었지만, 생각보다는 덜 붐볐다.
이번 여행의 이상한 음료
요번에도 언제나처럼 나는 닛뽀리 역 자판기에서 이상한 마실거리를 사들고 탔다. 아몬드오레. 커피에 밀크에 아몬드. 역시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미묘한 맛이었다 ㅋㅋㅋ 정말 대단하다. 닛뽀리 역 스카이라이너 플랫폼 자판기. 뒤에 보이는 오후의 홍차는 신랑꺼.
스카이라이너를 타자마자 잠깐 사진을 찍고, 둘이서 머리 맞대고 사냥을 시작했다(...)
참고로 이번 여행의 준비물 중 몇 가지. 나 : 엑실림 EX-S10(디카), 아이팟 터치, PSP 신랑 : 산요 작티(디카/비디오카메라), 커플샷용 미니 삼각대, PSP
이번 여행 내내 밤에 호텔에서 쉴 때는 둘이서 몬헌질했다(...)
무사히 나리타공항 제 2여객 터미널에 도착해서, 짐을 부치고 수속을 한 후 간단하게 배고픔을 달랬다.
쿼터 파운더는 신랑꺼다! 난 그냥 데리야끼 버거
맥도날드의 신제품 쿼터 파운더는 생각보다 그렇게 커보이진 않았다.
면세점에 들어가서 우선 신랑은 즐겨 피우는 말보로 멘솔 1팩을 사고(...) 둘이서 요지야의 공짜 샘플로 미친듯이 얼굴의 기름기도 제거해보고(...) 서점에서 책 좀 읽어보고 명품점은 그냥 휙 지나쳤다. 좋아하는 브랜드도 없을 뿐더러 솔직히 나리타 공항 면세점은 별로다 -_- 차라리 한국 가서 호텔 면세점을 갔으면 갔지 -_-
유일하게 사만사 타바사 매장에서 한참동안 미적미적거렸다. 맘에 드는 디자인의 지갑이 있었는데, 매장가 14000엔인가 12500엔인가 하는 물건이 면세점에서 10000엔. 살까말까 하다가 그냥 접었다. 지금 쓰는 지갑이 더러워지긴 했지만 아직 찢어지지는 않아서(...)
그리고 6시 반에 비행기 탑승. 7시 출발 예정인데 착륙하는 비행기들 때문에 좀 대기해야 한다고 출발이 늦어진다는 방송을 듣고 그대로 잠에 빠졌는데, 7시 40분에 눈 떴더니 이게 왠걸? 아직 땅바닥이다;;; 다시 방송이 나왔는데 대기가 좀 많이 길어진다고 해서 게임 하면서 기다렸는데, 결국 땅에서 떠오른 건 저녁 8시 15분이 넘어서였다!!! -_-+++++++
상하이는 도쿄보다 한 시간이 늦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19시 출발, 21시 35분(도쿄 시간) 도착. 상하이 시간으로는 20시 35분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면 이것저것 시간이 걸려도 11시 전에는 호텔 룸에 도착해 있겠지 했는데, 이대로라면 까딱 잘못하면 호텔 룸에 들어가기도 전에 신년이 되어버리게 된다. 신랑은 새해맞이 소바 제대로 못먹는 거 아니냐며 걱정걱정.
장시간 대기에다 시간도 걱정되고 좌석도 하필이면 3-3-3 배열의 창가자리쪽에 앉게 되었는데 복도쪽 아줌마가 진짜 가는동안 딱 한번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신경쓰여서 몸도 제대로 못 움직이고, 지치고, 배도 고파지고(...) 하던 중 드디어 저녁식사가 나왔다.
우와 JAL 기내식 감동...
비행기는 JAL이었는데, 정말 기내식 수준에 감동했다! 무려 기내식에 오뎅이 나와! 가운데 있는 뭉치가 흰밥 오니기리인데, 잡으면 엄청 따끈따끈하고 밥도 너무 되지도 질지도 않게 딱 맞았다. 샐러드에는 데친 오징어(무려 모양내기 컷트까지), 조개, 새우. 새우살이 탱탱하고 조개살은 달콤했다. 샐러드용 유자 소스도 너무 맛있었다. 새콤하고 살짝 짭짤한 맛이 아삭아삭한 야채와 잘 어울렸다. 왼쪽의 야채 조림도 간이 맞았고, 무엇보다 감동한 건 오른쪽의 오뎅! 안 보이지만 저 그릇 아래에 핫플레이트같은 따뜻한 판이 있어서 먹는동안 식지 않도록 해준다. 오뎅을 다 먹을 때까지 따끈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디저트는 말차 푸딩. 푸딩은 그저 그랬지만 말차 소스가 달고 부드러워서 꽤 괜찮았다.
둘 다 다 먹을때까지 말도 안 하고 미친듯이 먹기만 했다 ㅎㅎㅎ 여태까지 먹어본 중에 1, 2위를 다투는 기내식이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다 -_-a 참고로 최악들은 전부 노스웨스트(...)
밥을 먹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드디어 상하이 푸둥 공항 도착. 그런데 좀 있다 공항입니다~ 하고 방송 보내는데, 아래를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암흑이었다(...)
상하이 괜찮을까... 하고 둘이서 일말의 불안감을 품었지만, 어쨌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 공항이 보이기는 하더라.
비행기 창 너머로 찍은 사진
잘 안 보이지만 바로 옆에 저 모양의 똑같은 건물이 하나 더 있다. 나중에 들은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최근 완공된 새로운 공항건물이지만 이름은 똑같은 푸둥 공항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남는 게 땅밖에 없는지 정말 무지하게 넓었다. 착륙한 비행기는 많아 보였지만, 심야이기도 해서 그런지 착륙하는데 전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리타 공항 좀 배워라(...) 나리타는 심야에도 정말 붐빈다 -_-;
도착시간은 밤 10시 반 정도. 심야라 그런지 입국창구도 몇 개 안 열려있는 데다가, 국내입국자는 거의 없고 외국인 쪽만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물어보는 것도 전혀 없었다; 그냥 여권 보고 비자 필요하면 비자 보고, 얼굴확인하고. 얼굴 확인할때 한 30초 정도 징~ 하고 보고 있어서 좀 챙피하다;;;
짐을 찾아서 나오면 바깥에 여행회사 HIS의 현지 가이드들이 대기하고 있다. 여기서 패키지별로 버스를 나누어 타고 각자의 호텔까지 가게 된다. 우리는 꽤 빨리 나온 편이라, 사람들이 다 나올때까지 20분쯤 기다렸다.
생전 처음 와본 중국. 여기저기 공안이 서 있어서 살짝 겁은 났지만, 푸둥 공항 내부를 살짝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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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는 절대로 맹물을 마시면 안된다고 해서, 편의점에서 에비앙과 펩시콜라, 이름모르는 매실 음료수를 샀다.
중국 펩시 모델 신랑 ㅎㅎ
편의점 음료수 거의 대부분이 일본에서 낯익은 것들이었다. 산토리, 기린, 이토엔, 펩시, 코크, 에비앙, 나마차, 쿠로우롱차 등등등... 중국말로 쓰여 있지만 않으면 전혀 위화감이 없을 듯한 분위기였다. 맛도 마찬가지였다;
음료수를 안고 카운터로 가니, 점원이 중국말로 쏼라쏼라. ?_? 이런 표정을 짓고 있으니, 일본어로 고쳐서 말해준다. 바깥에서 일본사람들이 떠들고 있으니 갓 도착한 일본인인줄 알았나보다. 잔돈이 없어서 100위안 지폐를 냈더니 잘 거슬러준다. 상하이 거리에서는 큰 단위의 지폐를 내어도 거스름돈을 제대로 못 받을 때가 많다고 하던데, 역시 공항이라 틀린가보다.
아참; 에비앙 너무 비쌌다; 무려 일본보다 더 비쌌다; 중국가서는 에비앙 마시지 말자;;;
패키지 팀 중에 안 나오는 여자분이 있어서 한참 기다리다가, 결국 스탭 한 사람을 남겨두고 나머지 사람들은 먼저 버스로 출발. 호텔까지는 보통 1시간쯤 걸리지만, 밤이라 붐비지 않아서 40분쯤 걸릴거라고 한다. 담당 가이드 언니가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걸 들으면서 호텔로 고고. 아, 버스는 좀 추웠다(...) 히터 켠다고 켰는데, 바깥 기온 자체도 꽤 낮았고(4도 정도?) 히터가 잘 안 듣더라 ㅋㅋ
가이드 언니가 상하이에서 주의할 점을 열심히 설명해줬다. 1. 맹물은 절대 마시지 말 것. 마시면 배탈남! 차나 미네랄 워터를 마실 것. 2. 소매치기 많음. 남자들은 지갑을 절대 뒷주머니에 꽂지 말고, 여자들은 백을 몸 앞쪽에 두고 손으로 꼭 쥘 것. 가이드가 같이 있을 때는 여권도 필요없음. 3. 자동차/바이크/자전거 중심의 거리임. 인도를 걸을때도 절대 안심하지 말 것. 4. 사기치는 택시가 많으므로, 색깔을 잘 보고 탈 것. 빨강색 택시는 절대 안 됨!
주의한 덕분에 2번은 안 당했지만, 1, 3, 4번에 대해서는 나중에 절실히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상하이 시가지에 진입하고서도 살짝 썰렁한 분위기에 당황했지만, 호텔이 가까워오면서 차츰차츰 가로등 속에 어슴푸레하게 비치는 마천루의 그림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45분경(...) 결국 그 후에 단체 체크인과 인원확인에 시간이 걸려서, 방에 들어간 시간은 12시를 넘겨버렸고 신랑의 새해맞이 소바는 결국 새해가 지나버린 소바가 되어버렸다 ㅋㅋㅋ
중국은 한국처럼 구정을 쇠지만 역시 해넘이 직전이라 그런지 호텔 로비의 라운지에서는 화려한 분위기의 Happy New Year 쇼가 한창이었다. 쇼와 장식이 너무 화려해서, 호텔 로비를 찍어보았다. 제대로 보고 싶었는데 그놈의 체크인이랑 인원확인 때문에 -_-; 원래 계획대로라면 방에 짐 다 풀어놓고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는데 ㅠ_ㅠ 나리타 공항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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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스탭이 찍어줬다. 둘 다 아우터는 새로 샀다 ㅎㅎㅎ
커플샷 찍으려고 삼각대로 낑낑대고 있으니 호텔 스탭이 대신 찍어줬다. 신랑은 좋아하는 브랜드의 팥죽색 패딩 점퍼. 나는 캐주얼 브랜드의 밀리터리풍 카키색 반코트. 나일론 재질이라 바람이 안 통해서 따뜻하다. 안 보이지만 아래에는 코듀로이 레깅스에 어그 부츠 ㅎㅎㅎ 코트 안에는 안감 기모 롱후드 곰돌이티(...), 레이어드용 얇은 터틀넥, 내복(...), 러닝셔츠 ㅎㅎㅎ 상하이는 도쿄보다 춥다고 해서 미친듯이 껴입었다 ^^;
결국 모든 수속을 끝내고 방으로 올라간 시각은 오전 0시 15분경. 우리 방은 20층이었다. HIS에서 더블침대도 괜찮냐고 전화를 걸어와서 당연히 OK했는데 그 덕분인지 다른 사람들과 객실 층이 좀 달랐다.
우선 호텔방에서 찍은 밤거리 풍경. 통유리 너머로 찍은 거라 실내가 살짝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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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들 가장 궁금해할 것 같은 별 다섯개짜리 호텔의 룸 사진 ^^ 엄청나게 넓은 편은 아니다. 결혼 준비 때문에 묵었던 삿포로 고라쿠엔 호텔의 세미 스위트룸보다 살짝 넓은 정도?
호텔 홈페이지에 게스트 룸 레벨이 안 적혀있어서 잘 모르겠는데, 그쪽 사진도 리뉴얼 전 사진인 듯 하다. 윙버스 포토 가이드에도 사진이 실려있지만, 그쪽 사진도 마찬가지인 듯. 다음날 만난 가이드 오빠 말로는 웨스틴 번드 센터 상하이 호텔은 1~2년전에 대대적인 리뉴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상하이의 유서깊은 고급 호텔들 중에서도 매우 깨끗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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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여기 호텔에서는 무선 랜이 공짜 제공된다는거!!! *^^* 윙버스 리뷰에서는 유선 랜이 공짜라고 해서, 아이팟 터치로 네트워크 못쓸 줄 알았는데 너무 기뻤다. 호텔의 설명서를 읽어보니 반대로 유선 랜이 유료인 듯. 덕분에 인터넷도 쓰고, 아이팟 터치를 요긴하게 이용했다.
일단 짐을 푼 후, 우리 여행 최대의 삽질을 하러 로비 카운터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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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텔은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스탭이 있다고 해서 맘편히 내려갔는데, 이게 왠걸; 내려가보니 일본어 할 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알고보니 일본어 가능한 스탭은 낮 시간에만 상주한다고 한다 orz
방에서 담배 필 수 있는지도 물어보고 싶었고, 전기 제품이 많았으므로 멀티어댑터 요청 겸. 그리고 연말에 ATM을 못 쓰기 때문에 현금을 좀 많이 인출했었는데 방의 개인금고로는 좀 안심이 안 돼서 호텔의 금고에 맡길 수 없는지 물어보러 갔는데 완전히 바벨탑의 혼란을 온 몸으로 겪고 왔다.
여기 호텔 스탭들은 영어는 정말 네이티브 급으로 발음하는데 일본어로 말하기 시작하면 다들 사색이 되는거다;;; 우리 둘도 영어와는 완전 담을 쌓은 상태라 그나마 아는 단어도 말하려고 하니 튀어나와주지를 않고 정말 진땀 한번 빡세게 흘리고 왔다;
일본어와 영어와 한국어가 섞여서 나오질 않나 in과 of가 연달아 나오질 않나 smoking ok? 하면 간단할 것을 cigarette ok? 하는 바람에 덤으로 발음도 나빠서 스탭 눈이 완전 ?_? 이렇게 되고 둘다 당황해서 "귀중품을 호텔 금고에 보관하려면 매니저 불러야 하는데 얼마 갖고 있냐?" 라는 말을 이해하는데도 한참 걸리고... ㅠ_ㅠ 어찌어찌 말이 통하긴 했는데 15만엔 정도는 방의 개인금고에 보관해도 전혀 문제없다는 말에 얼굴에서 불이 날 정도로 창피해졌다 orz
방의 콘센트 모양이 이상해서 멀티어댑터 달라고 갔는데 이것도 사실 그냥 110v 제품은 막 꽂아도 되는 거였다 orz (멀티어댑터 필요없었다;;;) 호텔 프론트에 신청하라고 써있어서 신청한 거였는데 ㅠ_ㅠ
터덜터덜 돌아와서 귀중품을 금고에 챙겨넣고 배가 고파져서 새해맞이 소바를 먹고, 욕조에 물받아 좀 들어갈까 했는데 포기.
상하이 물은 먹는 것도 안 되고, 욕조에 물 받아 들어가는 것도 그만두는 게 좋겠더라;;; 왠 소독약 냄새가 그렇게나 심하게 나는지 orz
공짜 제공되는 침대 머리맡의 미네랄 워터 2개 이외에도 욕실 유리컵 옆에 미네랄 워터 병이 있길래 의아하게 생각했더니 양치질 후 입 헹구라는 의미였다(...) 샤워는 그냥 그럭저럭 할 만 했지만, 양치 끝내고 헹구지 않고는 도저히 못 견딜 정도로 소독약 냄새가 심했다.
물 먹지 말라는 얘기를 정말 몸으로 절실히 실감했다 -_-;;;
샤워 끝내고 건방지게 한 컷 ㅋㅋㅋ 잠옷 제공이 안 되어서, 무지하게 무겁고 따뜻한 가운을 입고 그대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