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순에 결혼식을 마치고, 주변 정리도 좀 되고 안정감이 들기 시작한 게 11월 초순경.
인생에 한번 올리기도 벅찬 결혼식을 한국/일본에서 두번씩이나 올리느라 금전적/시간적 문제로 신혼여행은 생략하기로 했는데 유난히 긴 작년말-올해의 연말연시휴일 일정을 보며 (나는 총 9일, 신랑은 중간에 하루가 비는 바람에 2일-6일) 신혼여행겸 연말에 해외여행 가고 싶다... 라고 신랑하고 둘이서 머리 맞대고 여행사이트 검색을 시작했다.
신랑의 "서울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 (한국사람이 있으니 걱정없어 *^_^*)"라는 강력한 열망에 힘입어 우선 한국 투어를 검색했는데, 대부분 일정도 생각보다 짧고(3일), 비행기 시간도 별로고, 무엇보다 일본에 불어닥친 한국쇼핑여행 붐 덕분에 사정없이 매진매진매진;
하긴 우리도 엔고를 틈타 쇼핑질 좀 할 생각이었으니 할말없음;
그래서 두번째로 골라본 게 북경. 세계유산 5개를 돌아보는 패키지 투어가 있었는데, 그럭저럭 마음에 들긴 했지만 이번에는 날짜가 안맞아 포기; 12월 말 이전까지만 예약가능한 거였다.
세번째 후보지가 상하이. 왜 홍콩이나 마카오, 태국이나 하와이를 안 골랐냐... 라고 한다면 성수기에 이 지역들은 미친듯이 값이 뛴다. 특히 연말연시에는 좀 따뜻한 편인 저 지역들은 정말 장난 아니게 비싸진다. 비수기에는 일인당 5~6만엔인데 성수기에는 20만엔까지 가는 놀라운 저력! -_-;;;
그래서 저 지역들은 일 좀 쉴때 가볼까 하고 생각중이고.
결국 상하이로 최종낙찰하고, 투어를 고르던 중 4일 일정에 체류 2일중 하루는 가이드 투어, 하루는 자유여행인 패키지를 골랐다. 완전 자유여행으로 하기엔 둘 다 아는게 하나도 없고(중국어, 영어 다 꽝이다;;;) 유명하고 큰 건 가이드 투어에서 다 볼테고 하루 정도만 하면 그냥 몇가지 보고싶은 건 대충 보겠구나 싶어서 골랐다.
그리고 제일 큰 이유는, 그 패키지의 호텔이 무려 별 다섯개짜리!!! ^^ 상하이의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인 웨스틴 번드 센터 상하이 호텔이다.
사진은 윙버스에서 빌렸음
건물 두 개가 로비로 연결되어 있는 식인데, 저 왕관모양의 탑이 있는 쪽은 거의 다가 비지니스 빌딩이고 실제 호텔 룸은 거의 반대쪽에 있는 거 같다... 라고 하지만 우리 방은 왕관모양 탑 건물이었던 듯. 밤이 되면 조명 덕분에 저 왕관모양 탑이 무척 아름답게 빛난다.
호텔이 위치한 와이탄(外滩, The Bund)은, 20세기 초의 국제도시 상하이의 번화가로서 상하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황푸강 바로 옆이다. 황푸강의 좌우, 와이탄과 푸둥지구는 야경으로 유명한데, 분위기는 거의 정 반대다. 와이탄은 20세기 초 서양 열강들이 지었던 유럽식 건물 양식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와이탄에서 바로 보이는 황푸강 건너편 푸둥지구는 21세기 상하이의 새로운 중심가로 강 건너 푸서지구에 뒤이어 이름을 말하기조차 힘든 수많은 마천루가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곳이다.
덕분에 푸둥지구의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강변 쪽 방은 숙박요금이 매우 비싸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가 묵은 방도 강변이 아니라 상하이의 북쪽을 보고 있는 쪽이었다.
최종적으로 여행 결정을 한 것이 11월 말. 그 후 패키지 예약, 여행 준비, 신년연하장 준비/발송 등등으로 12월은 쏜살같이 흘러가고...
출발일인 12월 31일을 맞이했다. 나리타 공항 저녁 7시 출발 비행기였던지라, 일찍 수속을 하고 면세점도 돌아볼 요량으로 오후 1시 반쯤에 느긋하게 출발했다. 도중에 신랑은 새해맞이로 먹을 소바를 사겠다고 수퍼에 들러 컵라면 소바를 2개 샀다. 누가 일본사람 아니랄까봐;;;
언제나처럼 닛뽀리에서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나리타 제 2터미널로 출발. 붐빌까봐 미리 예약을 했었지만, 생각보다는 덜 붐볐다.
이번 여행의 이상한 음료
요번에도 언제나처럼 나는 닛뽀리 역 자판기에서 이상한 마실거리를 사들고 탔다. 아몬드오레. 커피에 밀크에 아몬드. 역시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미묘한 맛이었다 ㅋㅋㅋ 정말 대단하다. 닛뽀리 역 스카이라이너 플랫폼 자판기. 뒤에 보이는 오후의 홍차는 신랑꺼.
스카이라이너를 타자마자 잠깐 사진을 찍고, 둘이서 머리 맞대고 사냥을 시작했다(...)
참고로 이번 여행의 준비물 중 몇 가지. 나 : 엑실림 EX-S10(디카), 아이팟 터치, PSP 신랑 : 산요 작티(디카/비디오카메라), 커플샷용 미니 삼각대, PSP
이번 여행 내내 밤에 호텔에서 쉴 때는 둘이서 몬헌질했다(...)
무사히 나리타공항 제 2여객 터미널에 도착해서, 짐을 부치고 수속을 한 후 간단하게 배고픔을 달랬다.
쿼터 파운더는 신랑꺼다! 난 그냥 데리야끼 버거
맥도날드의 신제품 쿼터 파운더는 생각보다 그렇게 커보이진 않았다.
면세점에 들어가서 우선 신랑은 즐겨 피우는 말보로 멘솔 1팩을 사고(...) 둘이서 요지야의 공짜 샘플로 미친듯이 얼굴의 기름기도 제거해보고(...) 서점에서 책 좀 읽어보고 명품점은 그냥 휙 지나쳤다. 좋아하는 브랜드도 없을 뿐더러 솔직히 나리타 공항 면세점은 별로다 -_- 차라리 한국 가서 호텔 면세점을 갔으면 갔지 -_-
유일하게 사만사 타바사 매장에서 한참동안 미적미적거렸다. 맘에 드는 디자인의 지갑이 있었는데, 매장가 14000엔인가 12500엔인가 하는 물건이 면세점에서 10000엔. 살까말까 하다가 그냥 접었다. 지금 쓰는 지갑이 더러워지긴 했지만 아직 찢어지지는 않아서(...)
그리고 6시 반에 비행기 탑승. 7시 출발 예정인데 착륙하는 비행기들 때문에 좀 대기해야 한다고 출발이 늦어진다는 방송을 듣고 그대로 잠에 빠졌는데, 7시 40분에 눈 떴더니 이게 왠걸? 아직 땅바닥이다;;; 다시 방송이 나왔는데 대기가 좀 많이 길어진다고 해서 게임 하면서 기다렸는데, 결국 땅에서 떠오른 건 저녁 8시 15분이 넘어서였다!!! -_-+++++++
상하이는 도쿄보다 한 시간이 늦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19시 출발, 21시 35분(도쿄 시간) 도착. 상하이 시간으로는 20시 35분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면 이것저것 시간이 걸려도 11시 전에는 호텔 룸에 도착해 있겠지 했는데, 이대로라면 까딱 잘못하면 호텔 룸에 들어가기도 전에 신년이 되어버리게 된다. 신랑은 새해맞이 소바 제대로 못먹는 거 아니냐며 걱정걱정.
장시간 대기에다 시간도 걱정되고 좌석도 하필이면 3-3-3 배열의 창가자리쪽에 앉게 되었는데 복도쪽 아줌마가 진짜 가는동안 딱 한번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신경쓰여서 몸도 제대로 못 움직이고, 지치고, 배도 고파지고(...) 하던 중 드디어 저녁식사가 나왔다.
우와 JAL 기내식 감동...
비행기는 JAL이었는데, 정말 기내식 수준에 감동했다! 무려 기내식에 오뎅이 나와! 가운데 있는 뭉치가 흰밥 오니기리인데, 잡으면 엄청 따끈따끈하고 밥도 너무 되지도 질지도 않게 딱 맞았다. 샐러드에는 데친 오징어(무려 모양내기 컷트까지), 조개, 새우. 새우살이 탱탱하고 조개살은 달콤했다. 샐러드용 유자 소스도 너무 맛있었다. 새콤하고 살짝 짭짤한 맛이 아삭아삭한 야채와 잘 어울렸다. 왼쪽의 야채 조림도 간이 맞았고, 무엇보다 감동한 건 오른쪽의 오뎅! 안 보이지만 저 그릇 아래에 핫플레이트같은 따뜻한 판이 있어서 먹는동안 식지 않도록 해준다. 오뎅을 다 먹을 때까지 따끈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디저트는 말차 푸딩. 푸딩은 그저 그랬지만 말차 소스가 달고 부드러워서 꽤 괜찮았다.
둘 다 다 먹을때까지 말도 안 하고 미친듯이 먹기만 했다 ㅎㅎㅎ 여태까지 먹어본 중에 1, 2위를 다투는 기내식이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다 -_-a 참고로 최악들은 전부 노스웨스트(...)
밥을 먹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드디어 상하이 푸둥 공항 도착. 그런데 좀 있다 공항입니다~ 하고 방송 보내는데, 아래를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암흑이었다(...)
상하이 괜찮을까... 하고 둘이서 일말의 불안감을 품었지만, 어쨌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 공항이 보이기는 하더라.
비행기 창 너머로 찍은 사진
잘 안 보이지만 바로 옆에 저 모양의 똑같은 건물이 하나 더 있다. 나중에 들은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최근 완공된 새로운 공항건물이지만 이름은 똑같은 푸둥 공항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남는 게 땅밖에 없는지 정말 무지하게 넓었다. 착륙한 비행기는 많아 보였지만, 심야이기도 해서 그런지 착륙하는데 전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리타 공항 좀 배워라(...) 나리타는 심야에도 정말 붐빈다 -_-;
도착시간은 밤 10시 반 정도. 심야라 그런지 입국창구도 몇 개 안 열려있는 데다가, 국내입국자는 거의 없고 외국인 쪽만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물어보는 것도 전혀 없었다; 그냥 여권 보고 비자 필요하면 비자 보고, 얼굴확인하고. 얼굴 확인할때 한 30초 정도 징~ 하고 보고 있어서 좀 챙피하다;;;
짐을 찾아서 나오면 바깥에 여행회사 HIS의 현지 가이드들이 대기하고 있다. 여기서 패키지별로 버스를 나누어 타고 각자의 호텔까지 가게 된다. 우리는 꽤 빨리 나온 편이라, 사람들이 다 나올때까지 20분쯤 기다렸다.
생전 처음 와본 중국. 여기저기 공안이 서 있어서 살짝 겁은 났지만, 푸둥 공항 내부를 살짝 찍어보았다.
012345
상하이에서는 절대로 맹물을 마시면 안된다고 해서, 편의점에서 에비앙과 펩시콜라, 이름모르는 매실 음료수를 샀다.
중국 펩시 모델 신랑 ㅎㅎ
편의점 음료수 거의 대부분이 일본에서 낯익은 것들이었다. 산토리, 기린, 이토엔, 펩시, 코크, 에비앙, 나마차, 쿠로우롱차 등등등... 중국말로 쓰여 있지만 않으면 전혀 위화감이 없을 듯한 분위기였다. 맛도 마찬가지였다;
음료수를 안고 카운터로 가니, 점원이 중국말로 쏼라쏼라. ?_? 이런 표정을 짓고 있으니, 일본어로 고쳐서 말해준다. 바깥에서 일본사람들이 떠들고 있으니 갓 도착한 일본인인줄 알았나보다. 잔돈이 없어서 100위안 지폐를 냈더니 잘 거슬러준다. 상하이 거리에서는 큰 단위의 지폐를 내어도 거스름돈을 제대로 못 받을 때가 많다고 하던데, 역시 공항이라 틀린가보다.
아참; 에비앙 너무 비쌌다; 무려 일본보다 더 비쌌다; 중국가서는 에비앙 마시지 말자;;;
패키지 팀 중에 안 나오는 여자분이 있어서 한참 기다리다가, 결국 스탭 한 사람을 남겨두고 나머지 사람들은 먼저 버스로 출발. 호텔까지는 보통 1시간쯤 걸리지만, 밤이라 붐비지 않아서 40분쯤 걸릴거라고 한다. 담당 가이드 언니가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걸 들으면서 호텔로 고고. 아, 버스는 좀 추웠다(...) 히터 켠다고 켰는데, 바깥 기온 자체도 꽤 낮았고(4도 정도?) 히터가 잘 안 듣더라 ㅋㅋ
가이드 언니가 상하이에서 주의할 점을 열심히 설명해줬다. 1. 맹물은 절대 마시지 말 것. 마시면 배탈남! 차나 미네랄 워터를 마실 것. 2. 소매치기 많음. 남자들은 지갑을 절대 뒷주머니에 꽂지 말고, 여자들은 백을 몸 앞쪽에 두고 손으로 꼭 쥘 것. 가이드가 같이 있을 때는 여권도 필요없음. 3. 자동차/바이크/자전거 중심의 거리임. 인도를 걸을때도 절대 안심하지 말 것. 4. 사기치는 택시가 많으므로, 색깔을 잘 보고 탈 것. 빨강색 택시는 절대 안 됨!
주의한 덕분에 2번은 안 당했지만, 1, 3, 4번에 대해서는 나중에 절실히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상하이 시가지에 진입하고서도 살짝 썰렁한 분위기에 당황했지만, 호텔이 가까워오면서 차츰차츰 가로등 속에 어슴푸레하게 비치는 마천루의 그림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45분경(...) 결국 그 후에 단체 체크인과 인원확인에 시간이 걸려서, 방에 들어간 시간은 12시를 넘겨버렸고 신랑의 새해맞이 소바는 결국 새해가 지나버린 소바가 되어버렸다 ㅋㅋㅋ
중국은 한국처럼 구정을 쇠지만 역시 해넘이 직전이라 그런지 호텔 로비의 라운지에서는 화려한 분위기의 Happy New Year 쇼가 한창이었다. 쇼와 장식이 너무 화려해서, 호텔 로비를 찍어보았다. 제대로 보고 싶었는데 그놈의 체크인이랑 인원확인 때문에 -_-; 원래 계획대로라면 방에 짐 다 풀어놓고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는데 ㅠ_ㅠ 나리타 공항 -_-+++++
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
호텔 스탭이 찍어줬다. 둘 다 아우터는 새로 샀다 ㅎㅎㅎ
커플샷 찍으려고 삼각대로 낑낑대고 있으니 호텔 스탭이 대신 찍어줬다. 신랑은 좋아하는 브랜드의 팥죽색 패딩 점퍼. 나는 캐주얼 브랜드의 밀리터리풍 카키색 반코트. 나일론 재질이라 바람이 안 통해서 따뜻하다. 안 보이지만 아래에는 코듀로이 레깅스에 어그 부츠 ㅎㅎㅎ 코트 안에는 안감 기모 롱후드 곰돌이티(...), 레이어드용 얇은 터틀넥, 내복(...), 러닝셔츠 ㅎㅎㅎ 상하이는 도쿄보다 춥다고 해서 미친듯이 껴입었다 ^^;
결국 모든 수속을 끝내고 방으로 올라간 시각은 오전 0시 15분경. 우리 방은 20층이었다. HIS에서 더블침대도 괜찮냐고 전화를 걸어와서 당연히 OK했는데 그 덕분인지 다른 사람들과 객실 층이 좀 달랐다.
우선 호텔방에서 찍은 밤거리 풍경. 통유리 너머로 찍은 거라 실내가 살짝 비친다.
012
그리고 다들 가장 궁금해할 것 같은 별 다섯개짜리 호텔의 룸 사진 ^^ 엄청나게 넓은 편은 아니다. 결혼 준비 때문에 묵었던 삿포로 고라쿠엔 호텔의 세미 스위트룸보다 살짝 넓은 정도?
호텔 홈페이지에 게스트 룸 레벨이 안 적혀있어서 잘 모르겠는데, 그쪽 사진도 리뉴얼 전 사진인 듯 하다. 윙버스 포토 가이드에도 사진이 실려있지만, 그쪽 사진도 마찬가지인 듯. 다음날 만난 가이드 오빠 말로는 웨스틴 번드 센터 상하이 호텔은 1~2년전에 대대적인 리뉴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상하이의 유서깊은 고급 호텔들 중에서도 매우 깨끗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듯.
01234567891011121314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여기 호텔에서는 무선 랜이 공짜 제공된다는거!!! *^^* 윙버스 리뷰에서는 유선 랜이 공짜라고 해서, 아이팟 터치로 네트워크 못쓸 줄 알았는데 너무 기뻤다. 호텔의 설명서를 읽어보니 반대로 유선 랜이 유료인 듯. 덕분에 인터넷도 쓰고, 아이팟 터치를 요긴하게 이용했다.
일단 짐을 푼 후, 우리 여행 최대의 삽질을 하러 로비 카운터로 이동;
01234
이 호텔은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스탭이 있다고 해서 맘편히 내려갔는데, 이게 왠걸; 내려가보니 일본어 할 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알고보니 일본어 가능한 스탭은 낮 시간에만 상주한다고 한다 orz
방에서 담배 필 수 있는지도 물어보고 싶었고, 전기 제품이 많았으므로 멀티어댑터 요청 겸. 그리고 연말에 ATM을 못 쓰기 때문에 현금을 좀 많이 인출했었는데 방의 개인금고로는 좀 안심이 안 돼서 호텔의 금고에 맡길 수 없는지 물어보러 갔는데 완전히 바벨탑의 혼란을 온 몸으로 겪고 왔다.
여기 호텔 스탭들은 영어는 정말 네이티브 급으로 발음하는데 일본어로 말하기 시작하면 다들 사색이 되는거다;;; 우리 둘도 영어와는 완전 담을 쌓은 상태라 그나마 아는 단어도 말하려고 하니 튀어나와주지를 않고 정말 진땀 한번 빡세게 흘리고 왔다;
일본어와 영어와 한국어가 섞여서 나오질 않나 in과 of가 연달아 나오질 않나 smoking ok? 하면 간단할 것을 cigarette ok? 하는 바람에 덤으로 발음도 나빠서 스탭 눈이 완전 ?_? 이렇게 되고 둘다 당황해서 "귀중품을 호텔 금고에 보관하려면 매니저 불러야 하는데 얼마 갖고 있냐?" 라는 말을 이해하는데도 한참 걸리고... ㅠ_ㅠ 어찌어찌 말이 통하긴 했는데 15만엔 정도는 방의 개인금고에 보관해도 전혀 문제없다는 말에 얼굴에서 불이 날 정도로 창피해졌다 orz
방의 콘센트 모양이 이상해서 멀티어댑터 달라고 갔는데 이것도 사실 그냥 110v 제품은 막 꽂아도 되는 거였다 orz (멀티어댑터 필요없었다;;;) 호텔 프론트에 신청하라고 써있어서 신청한 거였는데 ㅠ_ㅠ
터덜터덜 돌아와서 귀중품을 금고에 챙겨넣고 배가 고파져서 새해맞이 소바를 먹고, 욕조에 물받아 좀 들어갈까 했는데 포기.
상하이 물은 먹는 것도 안 되고, 욕조에 물 받아 들어가는 것도 그만두는 게 좋겠더라;;; 왠 소독약 냄새가 그렇게나 심하게 나는지 orz
공짜 제공되는 침대 머리맡의 미네랄 워터 2개 이외에도 욕실 유리컵 옆에 미네랄 워터 병이 있길래 의아하게 생각했더니 양치질 후 입 헹구라는 의미였다(...) 샤워는 그냥 그럭저럭 할 만 했지만, 양치 끝내고 헹구지 않고는 도저히 못 견딜 정도로 소독약 냄새가 심했다.
물 먹지 말라는 얘기를 정말 몸으로 절실히 실감했다 -_-;;;
샤워 끝내고 건방지게 한 컷 ㅋㅋㅋ 잠옷 제공이 안 되어서, 무지하게 무겁고 따뜻한 가운을 입고 그대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