パール殿 PEARLS A Natural History 입장권과 전시회장 지도
지난 9월쯤부터 계속 보고싶어했었던 전시회, パール殿 / PEARLS A Natural History를 토요일에 드디어 보러 다녀왔다.
JR에 광고가 붙었을 때부터 저 사진이 너무 좋아 꼭 가야지 가야지 했는데, 결국 전매권은 바빠서 못 샀다. 덕분에 거금 삐-엔을 주고 당일권 구매.
토요일 오전내내 집 청소를 하고, 오후에는 좀 피곤해서 미적미적대느라 폐관 2시간 전에야 겨우 전시장으로 가게 되었다.
장소는 우에노의 국립과학박물관.
전철을 갈아타고 30분쯤 걸려 우에노에 도착했다.
꽃놀이때 상당히 인상이 나빴었던 우에노 공원이지만, 이번에는 역시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역시 사람이 너무 많으면 쉽게 피곤해지는 체질이라, 꽃놀이때는 그게 나빴던 듯 하다.
과학박물관은 우에노역의 공원 출구로 나가서 공원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나오는 서양미술박물관 바로 뒤에 있다. 찾기는 매우 쉬웠던 편.
하지만 지금은 공사중이라서, 별 생각 없이 걷다가는 입구를 놓치기가 쉽다.
상설전 입장권과 특별전 입장권 판매 창구는 별개로 나뉘어져 있어서 표 사기가 쉬웠다. 표를 사고 화살표를 따라 걷다 보면, 전시장인 지하층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표를 체크하고 전시장 지도를 한장 빼들고 지하로 내려가니, 잠수했다가 올라오는 사람들의 동영상이 있는 커다란 스크린이 가장 먼저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진주를 채취하는 진주조개잡이들의 동영상이 아니라, 그냥 추상적인 이미지를 표현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약간 김이 빠졌지만, 바로 옆쪽에 붙어있는 전시회 개최인사의 배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유리판에 검은 글자로 씌어진 개최인사의 배경은 모두 은은한 빛깔을 내는 진주였다. 가로 50cm, 세로 2m 가량의 유리판 안에 진주알이 꽉꽉 들어차 있는 모습은 상당히 멋있었다.
그 옆으로는 특히 주목할만한 훌륭한 전시품들이 역시 2m 가량의 유리상자 속에 들어 있었다.
마릴린 몬로가 남편 죠 디마지오로부터 받은 진주 목걸이, 씨진주로 섬세하게 세공된 러시아의 아이콘(*보석이나 비단 등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작은 성화. 동유럽과 러시아 쪽에서 많이 만들어졌다), 진주와 보석, 깃털로 장식된 네팔의 왕관, 진주와 수정으로 장식된 20세기 초 미국의 웨딩드레스 등등.
여기서부터 정말 압박을 받은 것.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관람객의 95%가 여성.
모두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전시대 안의 진주들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들 있는 거였다.
게다가 전시방법도 좀 황당한 것이, 소장가치가 높은 훌륭한 전시품들뿐 아니라, 진주조개의 생태라던가 그 종류, 진주조개 캐는 법 등의 전체 전시대 안에, 내용과는 별반 상관이 없더라도 각종 진주 장신구들을 잔뜩 넣어놓는 바람에, 그 장신구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그 진열대 앞에서 꼼짝달싹도 않고 보고 있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덕분에 어지간한 키로는 진열대 안의 전시품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사태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당장 제일 첫 전시품인 마릴린 몬로의 목걸이를 제대로 보는 것도 5분이 넘게 걸렸으니,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압박을 이기고 순번에 따라 전시장을 돌다 보니...
오드리 헵번의 <티파니에서 아침을> 목걸이!!!
가장 아랫쪽의 흰 진주목걸이에서, 푸른색 진주목걸이, 핑크색 진주목걸이들을 겹쳐 아름다운 그라데이션을 만들고 있었다. 총 6줄의 진주 목걸이를 겹쳐 놓고, 가운데에 다이아몬드 펜던트를 달아놓은 모양이었다.
그 외에도 진주와 보석으로 장식된 러시아의 법의, 진주로 장식된 의상을 걸친 엘리자베스 1세와 모나코 왕녀 캐서린 샬럿의 초상화, 진주와 보석으로 세공된 장신구, 코코 샤넬의 유명한 진주 팔찌 등등... 상당히 근사한 전시품들이 많았다. 보통의 평범한 진주목걸이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눈에 띄지도 않았고...
그 외에도 매우 특이했던 전시품들은, 진주의 모패(진주를 품은 조개)와 그 조개에서 나온 진주를 같이 진열해놓은 것과, 커다란 조개들의 진주층에 정교한 세공을 해놓은 장식품들이었다.
여태까지 나는 흑진주와 일반적인 흰 진주만을 알고 있었는데, 전시된 진주모패와 진주들을 보니 내부의 진주층 색에 따라 정말 다양한 색의 진주들이 산출되고 있었다.
은은한 진주빛이 감도는 흑진주에서 분홍, 보라, 주황, 노랑, 파랑... 심지어는 거의 산호라고 해도 믿을듯한 빨간 진주도 있었다.
담수 진주에도 여러가지 색이 있었지만, 역시 조개 자체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열대, 아열대의 진주들이 다양하고 아름다웠다. 중국이나 일본 등, 물이 비교적 찬 곳의 진주들은 크림빛이나 흰색, 분홍 등이 많고 아열대, 열대 지방의 진주들은 정말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었다.
진주조개의 진주층에 다양한 세공을 해놓은 장식품은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정교하고 세밀하게 새겨진 성화, 초상, 기하학적 문양, 자연적인 진주에 조각을 해 놓은 부처의 상 등등... 진주 장신구들보다는 오히려 이쪽이 훨씬 좋았다.
제일 마지막에는 일본의 진주채취업, 양식진주업의 역사 등에 대한 자료와, 유명한 진주 메이커 미키모토의 협찬으로 전시된 에도, 타이쇼, 메이지, 그리고 최근에 만들어진 각종 진주 장식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에도와 타이쇼, 메이지 시대의 진주 장신구들은 우아하고 품격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지만, 최근에 만들어진 미키모토의 진주 전시품들은 솔직히 돈ㅈㄹ이라는 생각이... 진주로 머플러 만들어서 뭐할거냐 -_-;
폐관시간 30분 전이라는 알림이 울리자, 사람들이 잽싸게 뒤쪽 전시품들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아까 제대로 못 봤던 앞쪽 전시실의 물품들을 다시 한번 천천히 보고 나왔다. 역시 이런식으로 보는 게 사람이 많을 때는 괜찮은 방법일 듯 싶었다.
전시실을 나오니 (당연하지만) 미키모토의 상품 전시대;;;
그리고 진주 단추, 진주 장식이 달린 핸드폰 줄 등 진주 상품과, 무려 마릴린 몬로, 오드리 헵번의 사진들까지 있었다 orz
(당연히 전시실에 전시된 진주 장신구들을 하고 있는 사진 -_-)
이건 뭐 상술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어떨지... -_-;;;
아니나다를까 진주 관련 상품에 까맣게 달라붙어 있는 관람객들;;;
전시실에서도 그렇지만... 꽤 무서웠다 -_-;;;
처음부터 도록을 사고 싶었기 때문에 도록을 한 권 고르고, 집의 엽서 컬렉션에 추가하고 싶어서 도록 표지사진으로 쓰인 사진의 엽서도 한 장 샀다.
도록과 엽서
사람이 너무 많고 진열대가 너무 낮아서 좀 아쉬운 감은 있었지만, 전시품의 수준도 상당하고 꽤 괜찮은 전시회였다.
그리고 나올 때 과학박물관의 상품판매장을 들러보았는데, 관심이 있는 광물 자료나 보석 관련 책이 많아서, 다음에 한번 더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에 와서는 이런 전시 관련 행사는 별로 가보지 않았는데, 가능하면 앞으로는 이런 쪽으로 좀 자주 돌아다녀봐야겠다. 사지도 않을 물건 보러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훨씬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듯 하니까.
다음에는 무슨 전시회를 보러 갈까. 과학박물관 상설전이나 가볼까.
ps.
여자 커플. 여자 혼자. 남자 혼자. 여자 떼거지. 남녀 커플.
여기까진 이해가 가는데, 진주 전시회에 사이좋게 오는 남남커플...
당신들은 도대체 무슨 관계...;;;
사이좋게 머리를 맞대고 진열장을 들여다보는 남남커플의 모습이 무척 정겨워 보였다 (...)